범죄인 인도와 적법절차, 미국 망명 신청자에게도 적용 예정

트럼프 정권은 이민세관단속국(이하 ICE) 요원들에게 전례 없는 송환 대상자 선택 재량권을 부여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2017년 1월 “미국 내의 공중 안전 개선”이라는 행정명령은 송환 대상자를 확대하여 요원이 판단하기에 “공중안전 혹은 국가안보에 위험”이 되는 이민자도 송환 대상으로 지정하였습니다. 일선 요원에게 이민자를 구금할 수 있는 견제 없는 단독 재량권을 부여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은 이민 단속을 정치적인 정책 목표에 이용하는 행태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또한 몇몇 제보에 따르면 ICE에서는 외국 정부에서 수배하는 인물에 대한 인터폴 적색경보 발령을 체포 및 구금의 근거로 인정한다고 합니다. 적색경보 발령 수배자를 일단 구금하면 ICE에서는 퇴거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며, 이 과정에서 미국에 망명 신청을 하거나 송환 절차에서 방어권을 행사하는 외국인이 활용할 수 있는 정상적인 적법 절차를 종종 회피하고는 합니다.

결국 부패한 외국 정부의 정치적 박해를 이유로 미국에 망명 신청을 하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미국 이민 단속 관행의 변화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게 늘어난 실정입니다.

프로젝트 레드: 이민세관단속국과 해외 정부의 협력관계

최근 몇 년 “프로젝트 레드”라는 작전명 하에 ICE는 주 및 지역 법집행기관, 미국 연방보안관, 유로폴 및 인터폴과 협력하여 외국 정부에서 수배하는 인물을 수사하고 체포해 왔습니다. 타 인터폴 회원국이 발령한 적색경보만을 근거로 하여 사람을 체포 및 송환한 관행이 없는 미국 정부로서는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인터폴의 자체규정에서도 적색경보는 체포의 근거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미국 법무부의 절차규정에 따르면 적색경보 대상이 미국 영토 내에 있을 경우라도 일반적으로는 요청 국가가 유효한 체포영장 혹은 임시 체포영장을 미국 국무부에 송달하는 경우에만 체포와 구금을 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해당 외국인은 미국 송환 절차에 적용되는 적법절차를 활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최근 프로젝트 레드의 한 예를 들면, ICE가 5일 동안 단속 작전을 시행하여 뉴저지주에서 105명의 이민자와 외국인을 체포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중 몇몇은 본국에서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아 인터폴 적색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본국에서 사기죄 혐의를 받고 있던 34세의 에콰도르인과 54세의 러시아인이 그 예입니다. 이 단속 이전에는 2016년 더 큰 프로젝트 레드 작전을 벌여 유럽, 아시아, 중남미, 중동 22개국에서 범죄로 지명수배중인 외국인 45명을 체포한바 있습니다. 체포된 45명 중 16명은 사기죄로 수배중이었는데, 그것만으로는 “공중안전 혹은 국가안보에 위험”이라고 보기 어려울 듯합니다.

이민세관단속국과 망명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나라를 장악한 부패한 정권이 적법절차 없이 정치적 적수를 감금하려는 시도는 역사 이래 계속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행동의 표적은 야당 당수, 정권에 불리한 사실을 보도하는 기자, 그리고 정권에 위협이 된다고 간주되는 부와 국제적 인맥을 쌓은 성공적한 사업가 등입니다. 부패한 정권에서는 피고인의 변호인 조력권을 박탈한 채 전시용 재판을 진행한다든가, 증거가 전무하다시피한 과장된 혐의, 고문이 일상화된 수감생활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형법을 악용하여 왔습니다. 정치적 박해에 시달리며 본국을 탈출한 많은 이들에게 미국 영토란 비록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해도 마지막 희망이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1999년 및 2007년에 미국 정부는 전직 러시아 은행가 Alex Konanykhin의 정치적 망명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2007년 결정은 최초의 망명 승인을 파기하려는 항소 이후에 이루어졌습니다.) Alex Konanykhin은 러시아에서 횡령 혐의를 받고 있었지만, 미국 이민 법원에서는 이를 정치적 기소로 판단하고 Alex Konanykhin이 미국에 계속해서 체류하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습니다. Alex Konanykhin도 프로젝트 레드와 같은 단속의 표적이 되었더라면 애당초 미국 체류 및 정치적 박해탈출의 기회 자체를 박탈당했을 지도 모릅니다.

외국 출신의 재산범 송환에 협조하는 프로젝트 레드의 단속활동은 미국 송환절차에 대한 법적 방어를 우회하는 듯하며, 정치적 박해를 피해 미국에 망명을 신청하는 외국인이 처한 위험을 고조 및 고도화시켰습니다. 망명 신청을 개시한 외국인은 일시적인 미국 체류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지만, 이러한 체류자격 보호는 몇 가지 이유로 이전 정권에 비하여 상당히 취약해졌습니다. 따라서 퇴거 절차와의 관계에서 망명 절차의 순서와 타이밍을 잘 맞추지 않으면 해당 외국인은 본국으로 강제 송환되어 형사재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적색경보는 분명 상황에 따라서 미국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으나, 송환을 목적으로 한 일선 체포의 근거로 적색경보를 활용하는 이민세관단속국의 관행은 부적절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망명을 신청하는 외국인은 자기방어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적절한 경우 법무부와 국토안보부를 포함한 미국 정부 부처와의 면담, 유엔 인권 이사회 등 국제 인권단체의 개입 요청, 외국 정부의 언론전 대응 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이든 경험이 풍부한 미국 형사 전문 변호사와 미국 이민 전문 변호사, 그리고 본국에 계류중인 형사사건이 있을 경우 본국 변호사 간의 긴밀한 협조가 중요합니다.